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인류의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많은 과학자, 철학자 등이 끊임 없이 나름의 이론을 세우고 모두가 그걸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광활한 우주가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다는 빅뱅 이론을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 약 138 억년 전 빅뱅 직후의 우주는 아주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였다. 우주가 식는 과정에서 쿼크와 전자가 먼저 만들어지고, 쿼크가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었다. 이후 이들이 모여 핵이 생성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는 별과 은하 등은 전체 우주 중 고작 4%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또한, 빅뱅 직후의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입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입자를 충돌시켜 우주 초기 상태인 ‘QGP(Quark Gluon Plasma)’ 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상태가 팽창하고 식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사하여 우주의 비밀을 풀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쿼크

쿼크(quark)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입자이다. 또한, 쿼크는 페르미-디랙 통계(두 개 이상의 입자가 같은 양자 상태에 공존할 수 없음)를 따르는 페르미온(fermion)으로 분류된다. 쿼크는 6 가지 종류(flavor)가 있고 이를 3 세대로 나눈다. 표에서 볼 수 있듯 위(up) & 아래(down), 맵시(charm) & 기묘(strange), 꼭대기(top) & 바닥(bottom)으로 세대가 나뉜다. 높은 세대의 입자는 낮은 세대로 붕괴하는 경향을 가지며, 평소에는 1 세대(위&아래) 입자만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각 쿼크는 그에 대응하는 반입자인 반쿼크(antiquark)가 존재한다. 이러한 반쿼크는 대응하는 쿼크의 전기전하&색전하가 반대이지만 나머지 물리량은 동일하다.

글루온, 강한 상호작용, 강입자

양성자 또는 중성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쿼크를 묶어 주어야하는데, 이 ‘묶어주는’ 힘을 강한 상호작용(strong force)이라고 하고 이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글루온(gluon)이다. 마치 전하를 띠는 입자가 전자기 상호작용으로 광자를 교환하는 것과 같이 색전하를 띠는 입자는 강한 상호작용으로 글루온을 교환한다. 글루온 자체도 색전하를 가지기 때문에, 전체 색전하가 보존되는 조건 아래 글루온을 교환한 쿼크는 색전하를 바꾸게 된다. 쿼크가 모였을 때 이들의 전체 색전하는 ‘무색’, 즉 색중성이 돼야 하며, 이 조건은

  • 모든 쿼크 또는 반쿼크의 색전하가 합쳐졌을때 ($r+g+b$), ($\bar{r}+\bar{g}+ b$)
  • 각 색전하에 대응하는 반대인 색전하가 합쳐졌을 때 ($r+\bar{r}$), ($g + \bar{g}$), ($b +\bar{b}$),

이다. 이와 같이 강한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을 양자 색역학 (QCD, Quantum Chromo Dynamics)이라고한다. 색전하를 가지는 입자는 색가둠 (color confinement)에 의해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색중성을 유지하며 그룹으로 존재한다. 특이하게도 강한상호작용은 전자기력과 반대로 그 세기가 거리에 비례한다. 그렇기에, 강입자 내에서 쿼크가 외부 힘에 의해 서로 멀어지는 상황에서 쿼크 사이 힘은 커지게 되고 결론적으로 새로운 입자-반입자 쌍을 생성하는 것이 에너지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게 되어 쿼크는 항상 혼자가 아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해 이루어진 쿼크의 그룹을 강입자(hadron)라고 하며,

  • 중입자(baryon): 세개의 쿼크로 이루어짐 (예시)양성자($uud$), 중성자($udd$)
  • 중간자(meson): 쿼크와 반쿼크로 이루어짐 (예시)파이온 $\pi^{+}$($u\bar{d}$), $\pi^{-}$($d\bar{u}$)

로 분류 된다.

쿼크 글루온 플라즈마

쿼크 글루온 플라즈마란 무엇인가?

QGP(Quark-Gluon Plasam)는 극도로 높은 온도와 밀도를 가진 물질의 상태(2조 °C 이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쿼크와 글루온은 더 이상 색중성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물리학자들은 빅뱅 이후 0.1ns ~ 10us사이에 우주가 QGP상태에 있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시작을 찾는 것이므로, 우주 초기상태인 QGP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물음에 대한 답에 실마리가 될 것이다.

어떻게 쿼크 글루온 플라즈마를 만들 것인가?

플라즈마

우선 우리가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상호작용 중 하나인 전자기 상호작용에서 시작해보자. 양의 전하를 가진 물질과 음의 전하를 가진 물질은 전기적 인력으로 서로를 구속시킨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이 가지는 양의 전기전하와 전자들이 가지는 음의 전기전하들이 평형을 이루고 있기에 우리가 보기에 전기적으로 중성으로 보인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는 물질들은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속되지 않은 자유 전하를 볼 수 있을까? 전자기적 인력은 그 세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퍼텐셜의 상한이 존재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전기 전하를 가진 입자들이 서로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 양전하와 음전하가 충분히 멀어졌을 때(무한 원점)
  • 전기 퍼텐셜 에너지의 상한을 넘어서는 높은 에너지를 가질 때

이는 상호작용의 세기 자체가 약하거나 상호작용을 이겨낼 정도로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수십~수백만도의 고온(충분히 높은 에너지)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부른다. 또한 외부에서 전기장을 걸어주어 두 전하 사이의 퍼텐셜을 상쇄시켜주면 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다.

쿼크 글루온 플라즈마

이제 쿼크와 글루온들 간의 상호작용인 강한 상호작용을 보자. 강한 상호작용의 경우 전자기 상호작용과는 반대로 그 세기가 거리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에서 자유 전기 전하를 만들 때처럼 입자간의 거리를 계속해서 증가시키면 오히려 그 세기가 커지므로 색전하를 가진 입자를 자유롭게 만들 수 없다. 오히려 계의 에너지가 충분히 높아지게 되면 쿼크들 사이에 새로운 쿼크들이 생성되어 각각 다시 강입자상태로 구속된다. 반대로 서로 가까워질수록 그 세기가 약해는데, 이를 점근적 자유도(asymptotic freedom)라 부른다. 우리는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높은 밀도와 높은 에너지의 상태를 만듦으로써 QGP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높은 밀도와 높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물리학자들은 원자핵을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키는 입자가속기를 이용하고 있다. 다음 그림은 QCD의 상평형도와 세계적인 입자가속기 및 연구소들의 실험에 해당하는 상평형도 상의 영역을 보여준다.

LHC: Large Hadron Collider, CERN의 입자가속기
RHIC: Relativistic Heavy Ion Collider, BNL의 입자가속기
FAIR: Facility for Antiproton and Ion Research, 독일의 연구소
NICA: Nuclotron-based Ion Collider fAcility, 러시아의 연구소 \

입자가속기

입자가속기란 무엇인가?

넓은 의미에서 입자가속기는 하전된 입자를 전기장을 통해 가속시켜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는 장치로 정의할 수 있다. 전자 현미경과, 브라운관 TV의 CRT 그리고 중점적으로 서술할 고에너지 물리학의 입자 충돌기 역시 입자 가속기의 일종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충돌기에서는 광속에 가깝게 가속된 입자를 충돌시켜서 다양한 기본입자들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 수 있고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QGP를 재현 할 수 있다. (어떻게 쿼크 글루온 플라즈마를 만들 것인가? 참조)

입자가속기의 분류

선형 가속기

입자 가속기는 가속 방법에 따라 선형 가속기와 원형 가속기로 분류 할 수 있다. 선형 가속기 LINAC은 교류 전위차를 가지는 양 극판사이에 대전된 입자를 놓으면 쿨롱 힘을 받아 가속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교류를 이용하는 선형 가속기는 입자가 실린더를 통과할 때마다 실린더 간의 전위차를 역전시켜서 입자를 가속하는 방식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키려면 코일의 길이가 길어지는 등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였다.

사이클로트론

이후 등장한 사이클로트론은 공간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사이클로트론은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두 개의 속이 빈 전극판인 Dee들과 그것에 수직인 정자기장을 형성하는 전자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Dee에 의해 형성된 전기장은 하전 입자를 가속시키고, 전자석에 의한 자기장은 하전 입자를 회전시킨다. 이 당시에는 상대론적 영향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가속만 가능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빠른 속도로의 가속이 가능해졌고, 이를 고려해 양 극판 사이에 걸리는 진동수에 변화가 생겨야 했다.

싱크로트론

따라서 양 극판 사이에 걸리는 진동수를 입자의 속도에 맞춰 동기화(Sync)를 시켜주어야 하는 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싱크로트론이다. 싱크로트론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선형가속기을 통해 주입된 하전된 입자가 원형의 궤도를 따라 반복적으로 가속되면서 더 높은 운동에너지를 얻는다. 주어진 자기장의 세기에서 더 높은 운동에너지를 얻기 위해 가속기의 크기가 커져야 한다. 싱크로트론은 가속기의 전부가 자기장 내에 있어야 하는 사이클로트론과 다르게 입자를 휘게하는 일부 구간에만 자기장이 존재하면 되므로, 대형화가 용이해졌다. 후술할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기인 LHC는 싱크로트론의 일종이다.

LHC

현대 핵 /입자물리학에서 고에너지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서 입자와 입자를 고속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속시켜 충돌시킨다. 이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에서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백여개국에서 수백 곳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협업하여 LHC(Large Hadron Collider)를 건설 하였다. LHC는 제네바 근교에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설치되었으며 둘레는 27km이고 지하 175미터 지점에 묻혀있다. 2010년에 빔의 에너지가 3.5TeV에 도달했으며 업그레이드 이후 6.5TeV에너지까지 도달하였다. LHC에는 4개의 검출기가 있는데 크기순으로 ATLAS, CMS, ALICE, LHCb가 있다. ATLAS와 CMS에서는 주로 입자물리 분야를 연구하며, LHCb의 경우 바닥 쿼크 관측을 중점을 두고 있다. ALICE는 A Large Ion Collider Experiment의 약자로, 주로 핵물리학 분야를 연구한다.

검출기

A Large Ion Collider Experiment

ALICE QGP를 연구하기 위해 Pb-Pb 충돌과 같이 무거운 이온 충돌실험을 진행한다. 따라서 ALICE 검출기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량은 다른 세 개의 검출기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다. 검출기 (Detector)는 이러한 높은 에너지로 입자들을 충돌시키면 발생하는 여러 입자들을 포착하는 역할을 하며, ALICE에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얻어내기 위해,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층의 세부적인 검출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연구실은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ITS로 불리는 Inner Tracking System에 관한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ITS는 입자의 충돌지점을 재구성하여 추적하기 위해 여러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외에도 ITS는 낮은 운동량의 입자를 식별하고, TPC에 의해 재 구성된 입자의 운동랑과 각도의 분해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Material Budget이 낮아 입자가 잘 투과 될수록 좋다.

ALPIDE

ITS2 부터는 ALICE에서 Monolithic Active Pixel Sensors (MAPS)기술을 기반으로 설계한 ALPIDE라는 CMOS칩이 사용되었다. 이는 칩과 회로가 일체화(monolithic)되게 하여 더 빠른 읽기 속도와, 낮은 노이즈를 가능하게 하였다. ALPIDE는 1024*512개의 픽셀로 구성되어 있어, 높은 공간 분해능을 지니며, 약 50마이크론 Picture 4 ALICE Detector의 구조의 두께로 낮은 Material Budget을 달성하였다. ALPIDE에 입사한 입자는 아래 그림과 같이 실리콘의 에피텍셜 레이어에서 이온화를 일으키며 전자 정공쌍(Electron-Hole Pair)을 생성한다. Back Bias Voltage(Vbb)가 걸려있으면 N-Well 주변으로 공핍영역이 생기는데 전자 정공쌍은 이 주위를 떠돌다가 N-Well로 끌려가게 된다. ALPIDE는 이러한 원리로 전자의 개수를 측정하여 입자의 통과 여부를 탐지한다.